엄마에게 내 젊음을 
나누어 줄 수 있게 해 주소서/ 방귀희

엄마의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린것을
처음 보았을 때
내 머리에도 
차가운 얼음눈이
내리고 있음을 느꼈고
엄마의 이마에
강줄기가 만들어진 것을
처음 보았을 때
내 이마에도
보이지 않는 주름이
깊숙이 패어지고 있음을 느꼈고

엄마의 눈에
볼록렌즈가 얹혀져 있음을
처음 보았을 때
내 눈에도
희미한 눈물안경이
씌어져 있음을 느꼈고
엄마의 이가
엄마의 잇몸을 떠났음을
처음 보았을 때
나의 이도
고무처럼 물렁해짐을 느꼈고
엄마의 귀에
내 속삭임이 아득해져 가고 있음을
처음 알았을 때
내 귀엔
나의 속삭임이 큰 소리로
고동치고 있음을 느꼈고

엄마의 손이
많이 거칠어지고 있음을
처음 보았을 때
내 손도
눈에 보이게 짝째기가
되어 가고 있음을 알았고
엄마의 몸에서
점점 윤기가 달아나고 있음을
처음 보았을 때
내 몸은
보기 흉하게 오그라져 가고 있음을
알았어요.

엄마!
우리엄마!
작은 목소리
아주 작은 몸
아주 아주 작은 손..

엄마의 크지 않은 모든 것들이
나를 감싸며 위로할 때
나는 가슴에 날개를 달고
달려가 안기며
자그마한 엄마의 모든 것들이
아주 포근함을 느끼며
아주 아주
거대해 보였어요.

나는 엄마의 눈에서
눈물을 마르게 했고
까만 머리는 하얗게
아니
엄마의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갔어요.
모든 것을..

있는 힘을 다 해
엄마를 부르며
외치겠어요.

엄마에게 내 젊음을
나누어 줄 수 있게 해 주소서. -"날지 않는 새" 중에서-



 

저자    방귀희
          도서출판 솟대 대표
          장애인 문화진흥회 회장

1957년 서울생
1973년 무학여고 수석입학
1981년 동국대학 불교학과 수석졸업
1981년 KBS심신장애자 생활수기 1등당선
1982년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의 삼애봉사상 수상
1983년 동국대학교 대학원 졸업
1985년 장애자재활대회에서 보건사회부장관 표창장 수상
1985년 일본에서 열린 제8회 와따보우시 음악회에 작사로 참가
KBS제1라디오"내일은 푸른하늘"의 작가로도 활동했음

저서
〈그래도 이 손으로〉〈그대 나의 속살이라 부르는것은〉
〈동자야! 어디로가니?〉〈극복의 올림픽〉〈날지 않는 새〉등




      들려 오는 노래 - 어머니 아리랑 / 김하리